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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 교실일지:축사
    교실일지 2023. 1. 8. 01:32

     

    학생

    한 해를 되돌아보며

    T에게 가장 많이 한 말.

     

    "학생답게 행동해"

     

    문득 이 말이 되게 꼰대같아서.

    '학생' 다운게 뭐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내가 사용하는 학생답게행동해.는

     

    스스로 해~

    시도라도 해봐~

    뭐라도 좀 해보자.

     

    이런 느낌인 것 같다.

     

    뭐든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지면

    적어도 우리반에서는 학생다운거지.

     

    흠,

    T에게 학생답다는건.

    쉬워보이지만

    엄청 어려운 일이다~

     

     

     

    싫어요

    11월쯤 셋업에서

    아이들에게 작은상을 주셨다.

     

    우리반 아이들은 상 받을일이

    평소에 많이 없으니까.

     

    되게 뿌듯해하겠다

    ㅎ_ㅎ 생각하고

    아이들과 교장실로..

     

    우리반 애들은 거의 1학년이라

    가끔 마주치는 선생님이랑

    사진찍으러 왔구나 생각한거 같고.

    4학년인 L은 그래도 짬이 있어서.

    상받는게 자연스럽더라구.

     

    "L은 되게 좋겠다.

    교장선생님한테 큰 상도 받고!

    우리 다음에 또 노력해서 더 멋진 상 받자~"

    교실로 돌아와 내가 말했는데

     

    평소에 대답도 잘 안하고.

    조용한 네가

     

    "싫어요"

     

    라고 너무 또렷히 말해서 

    깜짝 놀랐다.

     

    너무 의외의 답이라.

     

    짧은 순간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는 사람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사진찍는 상황이

    불편했던거 같다.

     

    그래서 별안간

    기분이 좋아졌다.

     

    대답이 너다워서.

     

    싫다고 표현하는 널 처음봐서.

     

    네가 먼저여서.

     

    나중에 다른사람이 상처받을까봐

    쩔쩔매지 않을거 같아서.

     

    그래? 그럼다음에는 교장쌤한테상 받지 말자~ㅎㅎ;

     

     

     

    망상

    퇴근길.

    모르는 전화가 왔다.

     

    두번 안받으니 

    문자가 왔다.

     

    홈화면에 

    미리보기 두줄을 읽으니

     

    첫학교에 만난 Y의

    어머님의 인사글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부탁일까?

     

    우리 나라 자폐인들

    평균수명이 23살이라는데.

    혹시 안좋은 소식 아닐까??

    병원으로 바로 달려가야할까.

    눈와서 운전하기 어려운데.

    내일은 얼어서 출근 더 어려울텐데.

    아니야 그래도 일단가고 생각해야겟지.

    어떡하지 ㅠㅠ

     

    오만생각이 다 들었는데.(INFJ)

     

    다행히 당연히 그런건 아니였고.

     

    올해 Y가 중학교를 졸업하는데.(시골작은학교)

    졸업식에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선생님의 축하동영상을

    모아서 트는 깜짝 이벤트를 하기로

    학부모님들끼리 이야기했다고.

     

    선생님께서도 특수쌤 대표로

    하나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연락이 온거였다.

     

    휴 다행이다..ㅎㅎ;

     

     

     

    축사

    안녕?

    여러분과 3년동안 함께 지냈던

    품안반 선생님 ㅇㅇㅇ이에요~

    Y도 친구들도 잘지내고 있겠죠?

     

    선생님이 품안반을 떠날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

    Y의 졸업하는 모습을 못본거여서.

    1년뒤 학교 홈페이지에서

    졸업사진을 찾아본게 엊그제같은데..

    시간이 훌쩍 지나~

    중학교를 졸업한다고하니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하는

    축사도 그렇고 

    Y 덕분에 선생님이

    처음 경험해본게 정말 많아요.

     

    매주 수영장가서 발차기 연습하고,

    옷갈아입기 연습한거

    집까지 걸어서 등하교 연습한거

    빈 강당에서 자전거 연습한거

    또 Y반 친구들 초대해 밥버거 만든거

    모두 저에게 선물같은 기억으로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그 땐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계속 학교생활을 해보니

    엄청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였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제가 가까이서 본 Y는 멍한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걸 좋아하고.

    동화책을 읽는 것보다 찢는걸 좋아하는.

    또 새로운 것을 알려주면 처음에는 

    투정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선생님과 함께 배우려고 노력해서

    먼발치에서 다시 되돌아보면

    참 많이 자랐구나!

    생각을 하게 했던 친구입니다.

     

    이런 저의 자랑스러운 첫 제자.

    Y의 중학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이어질 학교생활도 잘 헤쳐나갈거라고

    선생님은 믿어!  잘 할 수 있지?

     

    그리구 함께 졸업하는 친구들도

    유치원까지 합하면 10년 넘는 시간동안

    Y와 함께 생활했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Y 곁에 친구로 있어줘서 너무 고맙고,

    너희들은 나중에 커서 세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큰 사람이 될 거라고 선생님은 생각해!

     

    마지막으로 한번더.

    Y와 Y친구들의 oo중학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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