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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교실일지:어린이관찰일기교실일지 2024. 2. 7. 23:59
*인디스쿨에서 하길래 나도 한번 써보고 싶었음
L에 대하여
더보기#퀴즈
L은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나를 닮았다.
나도 초딩때 피아노학원에 가서
두 달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피아노만 치다 왔거든~
낯설고 부끄러워서 그런거겠지-
뭐 이해해.
가끔씩 필요한게 있거나.
자랑하고 싶으면.
단어로 말을 뱉는데.
나는 항상 그걸 조합해
퀴즈처럼 맞춰야 한다.
'공룡', '미끄럼틀', '스카이레일'
이렇게 말하면
내가 '다이노키즈!!!'
이렇게 맞추는 식
그렇게 내가 답을 맞추면
L은 굉장히 뿌듯해한다.
맞춘건 난데?
🙄
D에 대하여
더보기#울지마
D는 우리반 기둥!
뭐든지 중간 이상은 하는
육각형 어린이이다.
하지만
단점까지는 아니고
특이한 점은
상황을 요상하게 읽는다는 점.
받아쓰기를 틀리거나,
수학시간에 답이 틀릴 때,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수정하면
혼나는 줄 알고 엉엉 운다.
그런데 또 잘못해서
호되게 혼날 때는
전혀 울지 않고
침착하게 내 말을 잘 듣는다.
엥? 뭔가 반대로 된 듯.
🤨
그래서 요즘에는 말하기 전
내가 모드인지 설명을 해준다.
1. "지금부터 틀린거 설명할거야." (제발 울지 좀 마라ㅠㅠ)
2. "지금부터 D는 혼나는거야." (울려면 지금 울어라~~)
ㅋㅋ
W에 대하여
더보기#줄다리기
W는 중간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참고 잠시 기다리는 것,
하기 싫은 일을 견디고 그냥 하는 것,
이 두 가지 중 W는 후자를 못한다.
한 마디로 황소고집
하고 싶은 일은 계속 파고,
하기 싫은 일은 손을 놓는다.
색칠하기👍 👍 👍 👍 👍
오리기 👎
요리 👍 👍 👍 👍 👍
운동👎
공룡 👍 👍 👍 👍 👍
자동차 👎
AAC 👍 👍 👍 👍 👍
발화 👎
호불호가 명확하고
자아가 분명한 어린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일년 있어 봐서
좋아하는건 대강 아니까
우리반에선 미리 준비해서
활동하면 되긴 하지만-
학교
특히 통합학급에선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나?
싫어하는 것들
관심없던 것들도
시도는 해봐야지.
그래서 나는 W에게
건조한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을 말하고
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또또 기다려~
황소고집을 이기는건
똥고집밖에 없더군.
S에 대하여
더보기#하입보이
S가 1교시 최애동요를 부르며
리듬을 타며 교실 문을 열고~
"안녕하세여↗" 큰소리로 인사하면.
우리반 공기가 가벼워지는게 느껴진다.
형들에게 반말로 인사하고,
콧노래와 함께 손을 씻으며
티슈를 뽑아 거울 앞에서
어깨 춤을 추며 손을 닦겠지?
까치집을 한 머리는 생각도 않은 채,
자기 얼굴이 예쁜가 이리 저리 관찰하다
언제 앉을거냐고 잔소리 들으면
그때서야 자리를 찾아 천천히 앉을 것이고..
수업 시작 전,
자기점검표에 숙제를 안 가져와서
칭찬도장을 못받을 땐 미련없이
"다음기회에♪"
손씻기 규칙을 잘 지켜서
칭찬도장을 받을 땐 신나게
"참잘했어여↗"
를 외치겠지.
이번 시간에는
동시활동한다 안내하면
곧바로 "수학게임해요?"
라고 대꾸할 것이며,
나는
"그건 쉬는시간에~" 라고
짜증을 섞인 목소리로 답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 활동지를 받으면
즉시 셋째 장의 동시를 읽어 보고
내가 그림퀴즈를 내기도 전에
답을 찍어 맞출거야-
그리고 내 킹받은 표정을 보고
꺄르르 웃으며 뿌듯해 할 것이다.
이렇게
S는 시답잖은 일상을
즐겁게 보이게 하는
조미료 같은 어린이다.
G에 대하여
더보기#증명
G에겐 가르침이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별것도 아니지만
G에게는 대부분 별 거인 일.
이 별 일들을 어느새,
스스로 해내고 있는 G를 보면
단지 우연히.
나이가 들어서.
때가 되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 반 G와 어머니가
매일매일 집에서 함께
노력한 결과라는 것을
나는 안다.
스스로 인사하려 고개를 숙이는 것.
손 씻을 때 자기 옷이 젖는지 확인하는 것.
화장실에 들어가기 무섭지만 혼자 들어가는 것.
줄넘기를 머리 위로 넘기고 양 발로 뛰어 넘는 것.
그림카드를 조합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
모두
G와 주변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해서 이뤄낸 것들이다.
훌륭하다.
👍
T에 대하여
더보기#도넛
T의 마음에 구멍이 났다.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결핍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고
교실의 모서리에서
웅크리게 만든다.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을
좀비처럼 찾아다니고
누구의 팔을 낚아
자신의 목에 감는다.
매일 주는 일상의 관심을
더 원하고 갈망하지만
그의 작은 마음그릇엔
금이 갔기에 성에 찰 리 없다.
그래서 그는
나를 원망한다.
너는 내게
바라는게
너무나 많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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